ONE PIECE/텍스트

[에이사보] 조각글 3

77_칠칠 2018. 10. 16. 16:36
 드문 네 생각이 난다. 스무살의 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비단 어느 유명한 해적선에 들어가 나처럼 그 배의 선장을 해적왕으로 만들기 위해 해적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모두의 앞에 서 있는 선량하고 근엄한 선장이 되어있을지. 자유를 찾지 못한 네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어도 괜찮았을텐데. 넓은 바다 위에서 극악의 확률로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우리의 동생과 함께 셋이서 다시 모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는 너무 단명했어, 이자식아. 10년 전, 10살의 나이로 네가 사랑하던 바다에 잠긴 너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바다의 어디쯤에서 항해를 하고 있을 루피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네가 생각난다. 이빨이 부러져 웃을 때마다 잇새로 빨간 혀가 보이던 입이라던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휘어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항상 접혀있던 눈이라던가, 두피에 가깝게 깎은 짧은 금발의 그때 그 모습으로 우리를 보고 있을까. 아니면 못 본 사이 금방 성숙해진 모습으로 보고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너의 모습은 잊고 싶지 않아 항상 머리속에 그 시절 그대로 그 해맑은 얼굴을 그려왔다. 20살이 됐을 얼굴도 포함해서. 부드럽게 만져지던 곱슬기 어렸던 짧은 머리칼을 뺨을 살짝 가릴 정도로 길러 양 옆으로 넘겼으면 좋겠다. 상아빛의 매끄럽고 말랑거리던 살갗이 예쁘게 각이 졌을 다 큰 얼굴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복잡미묘하면서도 소중한 듯이 나를 바라보던 그 푸른 눈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지금의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아직 잘 몰랐던 감정을 온전한 형태를 가진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면 좋겠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곱게 잡아줄 스무살의 너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