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보 "
" 앙? "
"사보 "
" 왜 부르는데. "
" 사보 "
" 이름만 계속 부르지 말고, 말을 해 말, "
"사보 "
" ......아 진짜, 왜 자꾸 이름만 부르고 있는데! "

 여간 성질이 났는지 목소리를 높이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머리칼이 고개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기분 좋게 찰랑거렸다. 똑 닮았잖아, 네 이름과 그 모습. 이를 드러낸 채 웃어보이자 뭐라도 잘못먹었냐? 라고 묻는 듯한 떫은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며 녀석이 내게 시선을 내보였다. 야,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에이 설마, 얘가 아프다니. 그런 일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지~ 아 그래도, 뭔가 잘못 주워 먹으면 아무리 튼실한 놈이여도 정신이 나가거나 그럴려나? 평소와 똑같으면서도 어딘가 이상한 저의 반응에 별 고민을 다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너는 어쩜 그렇게 예쁘게 생겼냐.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과 변함없이 샐룩 웃어보이는 표정에는 비단 그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었다.

 사보,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별 다른 말 없이 제 이름만 부르고 있으니 얘가 왜이러나 싶어 짜증을 내고있었지만, 한켠으로는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되는지 그 정교하게 조각한듯한 하얀 손을 뻗어 이마의 온도를 재주는 모습조차 귀여워서 미치겠다. 그의 손목을 잡아 그대로 얼굴을 쓸며 제 광대에 가져다 대었다. 서늘한 손바닥의 온도가 뺨을 타고 전해졌다. 여전히 얘가 오늘따라 왜이러지 라는 표정을 짓고있는 녀석을 곁눈질로 흘끗 바라봤다.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올리며, 저보다 조금 작고 얇은 그 손바닥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는지 그의 뺨이 금방 봉숭아빛 색깔로 물들었다. 야, 야, 뭐하는거야! 진짜 어디 아파?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다급하게 울리는 그의 얇고 낮은 목소리가 좋았다. 어떤 반응을 내보여야할지 몰라 안달이 난 반대쪽 손도, 낯간지러운 행동 탓인지 소름이 돋아있는 그의 팔도,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그 동그란 눈도, 그가 마시고 있는 산소조차도 내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다.

 사보라고 부를 때의 그 짧은 울림이 좋았다. 각지지 않게 부드럽게 퍼지는 그 발음이 좋았다. 말 할 때 잇새로 슬쩍 들어오는 공기조차 맑게 느껴진다.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만큼 나는 설렐 때가 없다는 걸, 너는 알고 있을련지. 내가 네 이름을 부를 때 이유를 찾으며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그 얼굴도, 왜 라는 단 한 마디 말을 내뱉기 위해 열리는 오밀조밀한 입술도, 가끔가다 기분이 좋은지 반으로 곱게 접어 보이는 그 눈꺼풀도, 언제고 동그랗게 박혀있는 그 사파이어 빛의 눈동자까지. 너의 하나하나 구석구석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입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까, 너의 이름은 하루에 한 번 씩 무조건 불러야만 하는 필수 단어가 되어있었다.

" 에이스, 에이스? "
" 헤헤, 이제야 불러주는거냐. "
" ー지금 이름 안 불러 줬다고 여태껏 그랬던거야? "
" 빙고, 그렇습니다만! "
" ······야, 이 바보야! "

 그 소리 하나 듣고 싶다고 여태껏 똥 씹은 마냥 입을 안 열고 있었던 거야? 응. 여간 어이가 없었는지 사보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네가 애야? 원한다면 나는 애기도, 아저씨도, 그 무엇도 될 수 있지. 장난치지 말고! 녀석이 한쪽 손을 마저 올려 내 양 뺨을 잡았다. 손에 힘을 주어 꾹 누르고는 제 얼굴과 가까이 만들었다. 어이구, 이 화상아! 그 이름 하나 듣겠다고 바보같이 이러는 녀석이 어디있어! 여기 있잖아. 야, 임마! 내가 내뱉은 말이 괘씸했는지 녀석이 내게 그대로 머리 박치기를 시전했다. 갑작스런 통증이 느껴져 눈을 찡그렸다. 네 이름은 항상 불러주잖아. 난 또 어디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잖아. 톤을 낮춰 나긋이 말을 잇는 그의 목소리에 이마로부터의 고통이 금방 아무는 듯했다. 나즈막한 목소리가 그리도 좋았다. 너의 이름과 똑 닮은 목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보다.

" 사보. "
" 응? "
" 나는 네 이름이 좋아. "

 낯간지러운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붉게 물들었던 뺨을 중심으로 사보의 얼굴 전체가 새빨갛게 변하였다. 벙 찐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듯 했더니 녀석이 이내 고개를 숙였다. 두피조차 빨갛게 변한 게 귀여웠다. 보드라운 머리칼로 감싸진 그 정수리 위에 입을 맞춰주자 그가 고개를 확 들어서는 일순간 입술을 부딪혔다. 맞닿은 입술에서 달아오른 열기가 느껴졌다. 느린 숨만 새근새근 쉬고 있던 그가 겨우내 입을 열었다.

" ·····나도 네 이름이 너무 좋아, ー에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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